14층에서 내려다 보면 세상은 온통 그림책이다. 하나님의 풍경화.
오늘은 추수감사 주일.
교회에서 호박떡, 시루떡, 쑥떡을 켜켜히 팩에 담아서 나눠 주길래 서권사랑 둘이 앉아
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.
감사 할 일이다. 정말로 감사 할 일이다. 구태어 추수감사가 아니더라도.
저기 보아라. 사진틀 속에서 쌍둥이 손주들이 천진하게 웃고 있다. 천사처럼 웃고 있다.
유치원에서 가져 온 모과 한알의 저 은은한 냄새.
감사의 계절! 축복 받은 주일날 오후! 가양동은 적어도 주 안에서 무사태평이다.
잘 있느냐? 너희 내외 건강하고?
이루 소서 내 강아지들은 얼마나 자랐을꼬. 안아 보고 싶다. 품에 안아서 눈을 맞추고,
서툴러도 자장가 한자락 불러주고 싶다. (이러다가는 불현듯 상해로 달려가지 싶다.그런
거 있쟎니, 상사병 같은거. 핏줄의 정이란게 이런건가.)
아직도 모르겠다.
꽃바구니 사진 속 이쪽에서 나를 보고 화알짝 웃는 녀석이 이루인지, 소서인지.
얼굴 전체는 가득히 웃음이 담겼는데 입만 뾰루통 해 있는 저녀석이 이루인지 소서인지.
제 할미는 이쪽이 소서이고 저쪽이 이루라 우기는데 글쎄다-----.
이리하여 가양동의 주일 오후는 행복하다. 더군다나 감사의 계절이고 보면.
우리들 두사람의 기도 속에 항상 너희들 네식구가 있다.
부디 행복 하거라. 하나님의 축복 속에서.
주 안에서 샬롬!
이 멜을 받고 어머님이 눈썰미가 있으시다고...
맞다고 답장을 보내 드렸더니....
에미가 서권사 손을 들어 준거다. 바구니 속의 이루 소서 알아 맞추기.
마치 헌재 판결 후 박근혜가 환호 하듯, 의기양양 해 진 서권사, 이제는 거칠것이 없다.
이건 이루고,저건 소서이고--- 일사천리인데 나는 도무지 분별이 되지 않으니 이걸 어쩌나.
왜 하필이면 쌍둥이는 낳아 가지고 현욱이는 애비 기를 죽이는가.
그러나 화알짝 웃는 두 녀석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이 포만감. 덩달아서 행복하다.
어차피 내 새끼들인데 분별 좀 잘하면 그게 대순가? 귀한 내 강아지들--, 내 강아지들---.
엊그제 잠결에 전화를 받아서 미안 했다.
에미가 허리 좋지 않다기에 영 마음 쓰이던 차, 대수롭지 않은척 씩씩하게 대답은 해 왔지만
나는 알지. 지난 한여름을 서권사 요통으로 그 괴로워 하던걸 기억하기에 저 우람한 두녀석
치닥거리 하면서 힘들어 했을 에미 생각하면 애잔하기 그지없다.
중국에는 용한 한의사들도 많다는데 그것쯤 고쳐 낼 의사는 없는지.
오늘은 서권사, 동치미 담그기를 시작했다. 올해는 양파를 많이 넣어야 한다더니 온 방안이
양파냄새로 때아닌 눈물이다.
드디어 김장때가 시작 된거다. 이맘때면 너희들 생각 간절 해 진다. 새 김장 주욱 죽 찢어서
그렇게도 잘 먹던 너희 내외.
거기선 어디 김장채비나 할 수 있을런지,
서울은 참으로 곱다.
낙엽이 저렇게도 고울 수 있을까. 갑자기 바뀌는 계절 탓에 고운 단풍은 오늘도 절정이다.
잘 있거라.
우리, 주 안에서 승리하자.
\"이놈들, 이루소서 너희들도 화이팅! 아자, 아자!\"
아버님 멜
앤디's Story
2004/11/19 12:0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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